2016-03-13

AlphaGo Resigns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AlphaGo'를 꺾고 첫 승리를 거두었다.

이세돌 9단은 13일 오후 1시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맞붙은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180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3연패 이후 첫 승리다.

이 9단은 지난 1~3국과 달리 이날 안정적으로 싸움을 이어갔다. 특히 중앙 흑돌에 끼우는 78수는 승부를 가른 ‘신의 한 수’로 해설자와 관전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 백78로 끼운 수가 알파고의 에러를 유발한 이세돌의 한 수였다.
이세돌 vs. AlphaGo
관전기/알파고 '에러' 만들어낸 이세돌
이세돌vs알파고 제4국 대국 현장 실시간 관전기
2016-03-13 오후 1:40:57 입력 / 2016-03-13 오후 6:13:42 수정
 
2국과 똑같은 진행이다. 현장에선 우선 '재밌다'는 반응. 이세돌은 초반 우세했던 2국을 패한 걸 무척 아쉬워했다. 과연 알파고는 지난 2국과 똑같은 수를 언제까지 둘까.

13일 오후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특별대국실에서 이세돌vs알파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이 이세돌의 백으로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오늘 대국은 오후 1시9분 현재 알파고의 11번째 수까지 지난 2국과 수순이 똑같다.

오늘 대국 전 현장을 찾은 한종진 프로는 "오늘 승리한다면 5국도 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3국의 심판을 맡기도 했던 한종진 프로는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흑 보다 백을 더 자신있어 한다고 보고있다. 그래서 지난 2국 패배를 더욱 뼈아파했다. 오늘 패한다면 0-5, 승리한다면 2-3으로 추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늘 이세돌vs알파고 제4국의 심판을 맡은 서건우 프로는 대국장으로 입장하기 전 타이젬과의 짧은 대화에서 "2국에서 패한 순간, 인간이 스코어를 뒤집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패배가 확정됐지만 오늘 이세돌 9단이 어떤 바둑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는 소감을 전했다.

과연 이세돌은 2국과 똑같이 두고 있는 알파고를 상대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실시간 관전기를 통해 이세돌vs알파고 제4국을 첫 수부터 따라가보도록 한다.

제1보(1~13) 흑11까지 2국의 재현, 먼저 비틀어간 이세돌의 백12
● 알파고 ○ 이세돌

이세돌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결이 시작됐다. 어제 3국을 내주면서 0-3으로 밀려 인간의 패배는 이미 확정된 상황. 그럼에도 이곳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기자실엔 제1국 못지 않은 취재 열기가 느껴진다.

지금까지 '인간'과 바둑계는 인공지능 알파고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알파고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인공지능의 도전을 받아내는 입장으로 부담감을 안고 싸웠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베일을 벗은 알파고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너무 강했다. 최강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오히려 인간이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바로 여기서 우리 모두는 기대를 걸어본다. 이제 이세돌은 마음의 부담을 떨쳐냈다. '인류 대표'라는 허울은 이미 벗어던진 지 오래다. 이제 남은 건 '세기의 승부사' 이세돌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인공지능에 맞서는 모습을 열렬한 응원과 함께 감상하는 일이다.

흑11까지는 지난 제2국과 진행이 똑같다. 여기서 이세돌이 먼저 비틀었다. 2국에선 A의 곳으로 한 칸 뛰는 가장 무난한 수를 선택했고, 알파고는 하변을 손빼고 상변 B의 곳을 전개해 바둑 고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국 패배 후 밤을 새며 복기를 한 이세돌은 오늘 백12로 중앙을 중시하는 수를 들고나왔다. 이세돌이 먼저 2국의 진행을 거부하며 비틀고 나섰다.

그러자 알파고는 흑13으로 응수했다. 백 돌이 A의 곳에 있을 때 손을 돌려 상변으로 향했던 알파고가 백12에 돌이 놓이자 하변을 차지했다는 건 이곳 공방의 요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제2보(14~25) 알파고 또 한 번 창의성 발휘! 흑23,25
● 알파고 ○ 이세돌
알파고가 오늘 대국에서도 어김없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흑23으로 붙인 수는 '당연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 23으로 붙여가는 수 자체가 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수는 주변 배석에 따라서 둘 수 있는 수라고 여겨져왔다. 지금과 같은 완전히 초반 형태에 이곳을 붙인 수는 프로기사들에게도 매우 생소한 형태다.

이세돌은 잠시 생각한 후 백24로 젖혀서 최강으로 응수했다. 주변 흑 돌이 절대 강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세돌의 선택은 당연하다. 알파고 이전 바둑 교과서엔 실전과 같은 형태에서 흑23으로 붙이는 수는 백24의 젖힘을 당해 좋지 않다고 나와있다.

즉, 알파고는 기존 바둑 원리를 뒤엎는 창의성을 발휘했고, 이세돌은 바둑의 원리에 충실하게 최강으로 응전한 장면이다.

기대감이 고조됐던 현장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알파고는 유유히 손을 돌려 흑25로 향했다. 오늘 국내 기자실의 현장 생중계를 맡은 송태곤 프로는 "일리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좌측에 흑 돌이 놓인 후에 흑23으로 붙인다면 그 때는 백이 뒤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흑23과 백24의 교환을 해놓은 다음 흑25 일대에 외세를 쌓아 좌하귀 전투에 활용하겠는 의도로 보인다는 이야기.

초반부터 이세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알파고가 숙제를 내주면 이세돌이 푸는 흐름이다. 이세돌 9단이 초반부터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알파고는 오늘도 착수 속도가 빠르고 일정하다."(송태곤)

제3보(26~39) 이세돌의 오늘 전략은 '선실리 후타개'

● 알파고 ○ 이세돌
이세돌은 백26으로 두텁게 한 점을 제압했다. 좌측을 계속 응수하다가는 알파고의 작전에 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듯 보인다. 알파고는 흑27로 막았고, 이세돌의 백28에 강력하게 흑29로 두점머리를 두드렸다.

이세돌은 백30,32로 침착하게 응수했다. 현장에선 이세돌이 강력하게 끊어서 싸움을 걸어갈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늘 이세돌은 어제와는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백34로 침착하게 내려선 수를 보자, 현장 한국어 해설을 맡은 송태곤 프로는 깜짝 놀랐다. "거길 두나요? 저희가 알고 있던 이세돌 9단과는 너무도 다른 수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세돌의 의도를 파악한다. "이세돌 9단은 오늘 먼저 실리를 차지한 후 타개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송태곤 현장 해설자)

모양 좋고 깔끔한 알파고는 흑35로 양호구를 친 후, 다시 흑37,39로 꾹꾹 눌러서 좌중앙을 두텁게 막아간다. 이제 이세돌은 상변 침입을 감행해야 한다. 이세돌의 다음 수는 어디일까?

제4보(40~46) '알파고 같은' 이세돌, 백46으로 훨훨 날아오르다


● 알파고 ○ 이세돌


예상대로 이세돌은 상변 침입을 감행했다. 백40으로 붙인 수는 이런 형태에서 상용수법. 타개할 때는 상대의 강한 돌에 붙이는 수가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받는다. 붙여가는 수는 상대의 돌을 중복으로 만들면서 내 돌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반면 '상대의 약한 돌에 붙이지 말라'는 바둑 격언도 있음에 유의.

백42로 늘고 흑43에 내려선 수까지는 이런 형태의 공방에서 종종 등장하는 진행이다. 여기서 이세돌은 한 번 더 백44로 붙여서 전단을 구한다. 그러자 이세돌에게 흐름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 알파고는 흑45로 침착하게 받는다.

여기서 이세돌은 백46으로 중앙으로 나비처럼 날아가는 수를 선택했다. 현장에서 오늘 바둑을 해설하고 있는 송태곤 프로는 "알파고 같은 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알파고 같이' 두는 이세돌을 상대로 알파고는 어떻게 대응할까?


제5보(47~55) 알파고, 기존 바둑 이론 무너뜨리는 초강수 흑51
  
● 알파고 ○ 이세돌
알파고는 흑47로 '성동격서' 전략을 구사했다. 상변 백 돌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 먼저 우변에서 외세를 쌓으면서 은은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바둑 고수의 전유물과도 같은 성동격서 전략을 알파고가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이세돌이 백48,50으로 힘차게 밀어올린 건 당연한 수다. 여기서 알파고가 기존 바둑 이론을 산산조각 내는 깜짝 놀랄 만한 수를 두었다. 바로 흑51로 젖혀간 수.

흑51은 단언컨대 프로 바둑 기보에서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현장에서 바둑에 아예 문외한인 기자들의 "침입과 삭감의 차이가 뭔가요?" 따위의 수준 낮은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최대한 친절하게 대답을 하고 있던 송태곤 프로는 흑51을 보자 "엇!" 소리를 내며 깜짝 놀랐다.

잠시 대답을 멈추고 대형 스크린 모니터 화면과 생중계석에서 볼 수 있는 소형 모니터를 번갈아 확인하며 정말로 흑51에 둔 것인지 확인하는 송태곤.

이윽고 "프로 바둑에서 볼 수 없는 수가 나왔다"고 한다. 백은 당연히 A의 곳에 끊어가야 하는 상황. 그러나 그건 알파고의 주문일 수 있다. 고심하던 이세돌은 백52로 젖혔고, 송태곤 프로는 알파고가 흑51로 젖혔을 때만큼이나 놀랐다.

이세돌이 백52로 A의 곳에 끊지 않은 건 너무나 아쉽다. 지난 2국에 이어 알파고는 기존 바둑 이론을 무너뜨리는 수를 연이어 구사했다. 하지만 이세돌이 그것을 '인정'해주면서, 알파고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오늘도 이세돌이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었다면 소위 '숨도 안 쉬고' 끊었을 A를 외면하고 백52를 선택하면서 알파고의 의도 파악은 또 한 번 요원한 일이 되고 말았다.

기세를 탄 알파고는 이세돌이 한 번 물러나자 흑53,55로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벌써부터 오늘 바둑의 패착이 등장한 게 아닌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이세돌이 두었더라도 A의 곳에 끊지 않고 백52로 후퇴한 수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제6보(56~67) 이세돌, 오늘 대국의 첫 강수! 백62
● 알파고 ○ 이세돌
이세돌이 백56으로 하나 매듭을 만들어 놓고 다시 백58로 젖혀간 장면. 여기서 알파고는 축이 되지 않음에도 흑59로 단수를 쳤다. 그러자 이세돌은 백60으로 호구쳐서 약점을 방비한 후, 다시 백62로 나왔다. 오늘 바둑에서 첫 번째로 등장한 이세돌의 강수다.

일단 축이 아닌 자리를 축으로 몰았고, 그 자리를 백이 먼저 빠져나온 것이므로 바둑 이론상 절대로 백이 불리한 싸움일 수가 없다. 알파고도 그것 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웠던지, 흑63으로 젖혀서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백64로 쭉 뻗은 자세가 아주 훌륭하다. 알파고는 흑65로 하나 단수쳐둔 후 다시 흑67로 꽉 이어서 약점을 지켜둔다. 이제 공은 이세돌에게 넘어왔다. 오늘 대국의 첫 번째 승부처가 될 걸로 예상되는 상황. 이세돌은 어떤 선택을 할까.

"바꿔치기의 흐름이 될 것 같다. 저라면 흑을 잡겠다."(타이젬 생중계 고근태 해설자)

제7보(68~71) 이세돌 장고, 오후3시35분 현재 17분 남은 제한시간
● 알파고 ○ 이세돌
이세돌이 백68로 우변 흑 네 점을 접수했을 때, 알파고는 71 정도로 경계선을 그어갈 거라는 예상을 깨고 흑69로 넓혀왔다. 드디어 이세돌의 전략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던 시점, 이세돌의 백70이 실수였다. 알파고는 흑71로 지켜두며 만족한다.

백70은 너무 애매한 수였다. 삭감도 아니고 침입도 아닌, 그야말로 어정쩡한 수였다.

사실 오늘 바둑에서 이세돌이 들고나온 전략은 '선실리 후타개'였다. 어제 3국에서 알파고가 웬만해선 극단적인 선택, 즉 '살생'을 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게 된 이세돌로선 먼저 실리에서 우위를 확보한 후 타개로 승부를 걸어가겠다는 작전을 펼쳤고, 흑69에 이르러 그 작전이 완성된 듯 했다.

하지만 이세돌이 백70으로 두고 알파고가 흑71로 지켜두자 아쉬운 기회가 날아가고 말았다. 이세돌은 알파고가 흑71로 좁게 지킨 수가 의외인 듯 제스처가 많아지며 자책했다. 백70으로 둬도 알파고가 강하게 바깥에서 공격할 걸로 예상했지만, 알파고는 이미 계산서를 뽑았다는 듯 흑71로 말뚝을 박아버린 상황이다.

이세돌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제한시간에선 이미 1시간 차이가 난다. 이세돌이 17분 남은 시점, 알파고는 1시간17분을 남겨두고 있다.

참고도1 한 줄 차이가 때론 승패를 가른다
▲ 참고도1.
현장에서 송태곤 해설자가 제시한 수는 바로 백1. 실전과는 불과 한 줄 차이지만 프로 바둑, 그것도 세계정상급 프로 바둑에서 한 줄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다.

만약 백1에도 실전처럼 A의 곳에 둔다면, 그 때는 B로 들여다보는 수를 선수하고, 흑이 C로 받으면 다시 D로 진격하는 수가 있다. 실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큰 차이다.

송태곤 프로는 벌써부터 백70을 오늘 바둑의 패착으로 지목하고 있다. 흑71이 놓인 순간, 제4국도 알파고의 승리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제8보(72~78) 이세돌의 흔들기, 백78
● 알파고 ○ 이세돌
20분 가량 장고하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이세돌은 시계를 한 번 보더니 화들짝 놀란다. 황급한 손길로 백72에 끊어갔지만, 알파고는 1분도 채 생각하지 않고 흑73으로 봉쇄한다. 이렇게 되고 보니 제7보 백70과 흑71 교환이 더욱 아깝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악수다.

백74,76을 선수 활용한 이세돌은 백78로 끼워가는 기상천외한 수를 선보인다. 이세돌이 흔들기를 시전한 상황. 과연 알파고는 흔들릴 것인가.

제9보(79~85) '알파고스러운' 흑83,85


● 알파고 ○ 이세돌


또 한 번 '알파고스러운' 수가 나왔다. 이세돌이 백82로 끊어가자 알파고는 흑83으로 붙여서 응수를 물어본 후, 백84에 연이어 흑85로 폴짝 뛰며 우변으로 진입했다.

참고도2 현장 해설진이 찾아낸 묘수, 백1


▲ 참고도2.


현장에서 송태곤 프로와 함께 진행을 하고 있던 하호정 프로는 "백1로 붙여가면 어떻게 되나요?"하고 질문했다. 잠시 수읽기를 해보던 송태곤 프로는 "어, 그 수가 있네요!" 하며 반색.

묘수를 발견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수읽기에 심취해 있자, 왜 그 수가 묘수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우선 흑이 2로 이으면, 백은 3으로 단수친 후 계속해서 5로 끊어간다.

참고도3 알파고가 좋아하지 않는 '패' 발생

▲ 참고도3.
계속해서 흑8,10은 외길이다. 여기서 백11로 먹여치는 수가 있다. 타이젬 회원이라도 충분히 볼 수 있을만한 수다. 백15까지 패가 발생하고, 이건 백의 꽃놀이패다. 알파고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바로 그 패다.

참고도4 이세돌의 선택은 백1, 알파고가 발견하지 못한 흑2 
▲ 참고도4.
실전은 이세돌이 백1로 끊었다. 하지만 이 변화는 현장 해설자 송태곤 프로가 흑2로 받는 수가 있어 안 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번엔 백3으로 먹여쳐도 흑4로 받는 수가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렇게 간단한 수를 발견하지 못했다. 프로기사라면 1초 만에 발견할 수 있는 너무나 쉽고 간단한 수를 찾아내지 못한 알파고는 믿을 수 없는 에러를 범했다.

제10보(86~102) 자멸하는 알파고, 믿을 수 없는 흑91, 97
● 알파고 ○ 이세돌
이세돌이 백86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 현장에선 이 때 암울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제 알파고가 위에 참고도4 흑1로 호구치는 수를 찾아낸다면 이세돌의 다음 수가 궁한 장면.

이 때부터 알파고가 눈을 의심하게 하는 수를 연발했다. 먼저 흑87로 나간 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해를 보는 대 악수. 흑89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손해다. 당연히 나중에 90의 곳으로 선수를 해야할 자리다.

이어서 흑91이 그야말로 초보적인 실수. 알파고가 바로 위 참고도4 흑1을 못보고 91에 뒀다는 것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어렵다. 이세돌이 백92 젖히자 이제 상변은 돌파된 형태.

그런데 여기서 알파고가 '버그'를 일으킨다. 컴퓨터의 에러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흑97의 끼움수가 등장했다.

이 수를 본 이세돌은 너무 깜짝 놀랐다. 바둑 판을 한 번 보고 모니터를 확인한 후 다시 한 번 그 자리에 둔 게 맞는지 확인한다.

백98로 단수치자 흑97은 '보태준 수' 외에는 어떤 분석도 할 수 없는 수가 되고 말았다. 흑이 98의 곳을 두고 백이 97로 이은 것과 비교해서 자체로 2집, 그리고 흑 돌이 약해지고 백은 호구치는 수가 생겼다는 걸 감안하면 아무리 적게 봐도 최소한 5집 이상은 손해다.

백102까지 진행된 시점에서, 드디어 현장 해설자 송태곤 프로는 "지금까지 알파고에게 하도 당해서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만, 프로기사의 대국이었다면 이 상황에서 '승부 끝'을 선언했을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알파고여도 이세돌 9단이 이 바둑은 승리할 걸로 보인다"고 한다. 이세돌의 첫 승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제11보(103~124) 에러 멈춘 알파고, 맹추격전 시작 
● 알파고 ○ 이세돌
알파고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에러를 범하며 믿을 수 없는 실수를 연발하던 알파고는 다시 맹추격전을 전개하고 있다.

알파고는 흑113으로 붙여서 좌변 백 돌을 공략하며 기회를 엿보지만 이세돌이 받아내기에 전혀 어려운 수가 아니다. 백114로 단수를 선수하고 백116으로 내려서자 아무 수도 없는 자리. 이세돌의 승리는 요지부동이다.

제12보(125~138) 덤을 낼 수 없는 형세, 이세돌 승리 보인다
● 알파고 ○ 이세돌
왜 알파고는 쉬운 수를 발견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는 대 실수를 연발했을까. 프로그램 오류, 즉 에러가 아니라면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가 없다.

대 실수 이후에는 알파고가 다시 완벽한 수순으로 끝내기를 하며 추격전을 전개하고 있다. 알파고의 빈틈 없는 끝내기로 이제 차이는 많이 줄었다.

"알파고가 정신을 차린 이후에는 완벽하게 두고 있다. 알파고가 덤을 내기 어려운 정도, 약 3집반 정도의 차이로 보인다. 아직 승부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현장 송태곤 프로)

제13보(139~144) 반상최대 상변 점령한 이세돌! 지는 일은 없다
● 알파고 ○ 이세돌
알파고는 흑139로 하나 밀어두고 흑141로 붙여서 우상귀를 지켰다. 이세돌은 백142로 치받아서 선수를 뽑고, 반상 최대인 상변 144를 점령한다.

"큰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승리를 가져갈 것 같다."(현장 해설자 송태곤 프로)

"흑이 반면 3~4집 정도 남는 형세다. 사고 날 곳이 없는 데다가 오히려 백이 두텁다. 백의 승리가 확실해보인다."(타이젬 해설자 고근태 프로)

제14보(145~162) 에러 확실한 알파고, 또 1집 손해
● 알파고 ○ 이세돌
승부가 완전히 끝난 걸로 보인다. 알파고가 또 프로그램 오류를 일으켰다. 흑161로 둔 수는 명백한 손해. 알파고의 에러가 아닌 이상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알파고 의문의 수가 계속 나온다. 1집은 확실히 손해다."(고근태 프로)

제15보(163~167) 초보자가 된 알파고, 또 대 실수 흑167
● 알파고 ○ 이세돌
불리해진 알파고는 초보자가 됐다. 흑167은 눈을 의심하게 하는 수. 이미 승부는 갈렸지만, 이세돌이 백168로 두자 차이는 갑자기 크게 벌어졌다. 종국이 멀지 않았다. 이세돌의 승리가 확정됐다.

제16보(171~176) 알파고 언제 항복할 지가 관건
● 알파고 ○ 이세돌
의미없는 수순들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선 알파고가 언제 돌을 거두느냐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알파고는 승률 기대치가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항복하도록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알파고는 과연 언제 자신의 승률을 10% 미만이라고 판단할까.

인간에게 물어본다면, 현 시점에서 흑이 승리할 확률은 완벽하게 0%다.

제17보(177~180) 이세돌, 인간 승리! 180수끝 백불계승

● 알파고 ○ 이세돌
알파고가 드디어 돌을 거뒀다. 이세돌이 백180으로 한 칸 뛴 장면이었다.

드디어 이세돌이 승리했다. 최강의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인간의 첫 승리였다. 이세돌 180수끝 백불계승! 
    TYGEM / 이영재  

2016-01-04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를 맞으며
다윗의 반지에 새긴 솔로몬의 글귀를 생각한다.

'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승리의 교만과 패배의 절망에서 벗어나야 한다.